3juhwan / woowa-writing

나는 더 이상 몰입하고 싶지 않다.

게임에 중독되어 허우적대던 한 아이가 있었다.

공부밖에 모르던 아이였다. 어릴 적부터 좋은 대학에 갈 거라는 기대를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게임을 접하고 나서, 인생은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게임을 끄는 시간은 오전 8시, 등교 시간이었다. 게임을 켜는 시간은 오후 5시, 하교 시간이었다. 클랜원을 모으고, 순위를 올리고, 대회에 참가했다. 하루 종일 게임만 했다. 게임이 인생이었다. 매우 즐거웠다. 하지만 게임을 끄면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되돌릴 수 없는 성적의 하락, 부모님과의 갈등, 대인 기피.

그렇다. 그냥 게임 중독이고 폐인이었다. 고등학교 3년을 그렇게 보내고 말았다.

한편, 또 다른 아이는 알고리즘에 푹 빠졌다.

알고리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며칠을 고민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문제를 읽고, 낮에는 풀이를 고민하고, 밤에는 코드를 작성했다. 어느 순간부터 세상이 알고리즘으로 보였다. 어떤 일을 해도 효율성을 따졌다.

어느 날 대회에 참가하고 싶었다. 날마다 알고리즘을 공부하고 문제를 풀었다. 팀을 만들고, 연습하고,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컴퓨터를 너무 가까이 한 나머지, 건강과 친구를 잊어버리고, 18개월의 군 생활이 흘렀다.

두 아이를 목격한 나는, 더 이상 몰입하고 싶지 않다.

한 가지에 몰두하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머리를 가득 채워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끼니를 거르고, 타인과 소통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것이 삶이 된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소중한 것들을 그만 잃고 싶다. 나의 몰입은 중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생각으로 우테코에 들어왔네요.

이전의 몰입 경험 덕분에 우테코까지 올 수 있었지만, 몰입할 생각이 없었어요. 우테코를 하면서 놓칠 것들이 눈에 아른거렸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레벨1 기간 동안은 적당히 미션 하면서 삶을 돌보았어요.

"그래. 그럼 됐잖아?" 하지만 마음속에 불안감이 피어올랐어요.

'주변에 이렇게 열심히 하는 크루들이 있는데 놀아도 될까?', '이러고 있어도 될까?' '이럴 거면 우테코를 왜 한 건가?'

그러던 어느날, 짱 멋진 크루 이상과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우테코는 기간이 정해진 몰입이고, 10개월이야." 이 말이 제 뇌리를 스쳤어요.

'할 만한데? 더한 것도 해봤는데, 못할 게 뭐야? 10개월만 몰입하고 뒤는 나중에 생각하자.'

그날 이후, 몰입을 시작했어요. 블랙잭 미션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었고. 체스 미션에 몰입해 보기로 했어요. 미션을 시작하고, 그냥 달렸어요. 밤낮으로 계속 미션만 생각했어요. 얼마나 몰입했는지 자면서 코딩도 해보았어요. 페어 프로그래밍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처음으로 결과물이 만족스러웠어요.

이전의 불안감은 모두 사라졌어요. 그 후로 기분이 너무 좋아서, 코딩을 무아지경으로 했어요. 그러다 보니 체스 미션 3, 4단계를 처음으로 PR 날리는 영광도 얻었네요.

그 순간, 깨달았어요. '이게 나구나.'

지금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오히려 개운한 느낌이 들어요. 저답게 사는 것 같고, 우테코 정말 재밌네요!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되네요. 체스 미션을 하는 동안에도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코딩에 미쳐 살다가, 언젠가는 또 후회할지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하니까, 그걸로 충분해요. 후회는 나중에 할게요.